외국인 펜팔, 말이 안 통해도 편지 쓰는 법

문장은 짧게, 얘기는 작고 솔직하게. 번역은 나를 가리는 가면 말고, 잇는 다리로. 덤으로 10개 언어로 “펜팔”을 뭐라고 하는지도 모았어요.

9월 22 · 2026 · 읽는 데 7분#외국어#펜팔하는법#번역

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펜팔 질문은 펜팔 어떻게 찾아요?가 아니에요. 십여 개 언어로 다들 묻는 건 이거예요. 이 단어 무슨 뜻이에요? penpal ne demek, penpal adalah, penpal перевод, penpal traduction. 우리말로 하면 다 “펜팔 뜻”, “펜팔 번역”이죠. 영어 단어를 먼저 접하고, 그 뜻을 모국어로 찾아보는 거예요.

그래서 10개 언어로 그 뜻부터 모아 봤어요. 그다음엔 더 재미있는 질문으로 넘어갈게요. 상대 말을 모르면, 편지는 대체 어떻게 써야 할까요?

“펜팔”, 10개 언어로는 이렇게 말해요.

  • 中文: 笔友 (bǐyǒu, “펜 친구”)
  • Español: amigo por correspondencia, 아니면 그냥 penpal
  • Português: amigo por correspondência, 브라질에선 correspondente
  • Bahasa Indonesia: sahabat pena (“펜 단짝”)
  • Français: correspondant, correspondante
  • Deutsch: Brieffreund, Brieffreundin (“편지 친구”)
  • Italiano: amico di penna, amica di penna
  • 日本語: ペンパル (penparu), 또는 文通相手 (buntsū aite, “편지를 주고받는 상대”)
  • 한국어: 펜팔 (영어 penpal을 소리 나는 대로)
  • Türkçe: mektup arkadaşı (“편지 친구”)

잘 보면 절반은 친구라고 하고, 나머지 절반은 편지 상대라고 해요. 둘 다 맞아요. 펜팔은 편지로만 아는 친구니까요.

언어가 다른 펜팔, 그래도 해 볼 만한 이유

누구나 떠올리는 이유는 외국어 연습이에요. 하지만 직접 해 본 사람들은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해요. 외국어로 쓰면 솔직해진다는 거예요. 반쯤 아는 언어로는 재치를 부릴 수가 없거든요. 말을 돌리지도, 있어 보이게 꾸미지도, 그럴듯하기만 하고 알맹이는 없는 문단을 쓰지도 못해요. 그냥 할 말을 담백하게 할 수밖에 없죠. 근데 편지란 원래 그러라고 쓰는 거예요.

하나 더 있어요. 번역으로 내 글을 보는 사람은 어휘보다 리듬을 더 많이 읽어요. 길게 쓰는지 짧게 쓰는지, 손에 잡히는 디테일을 챙기는지, 문장을 일찍 맺는지. 이런 건 번역을 거쳐도 살아남아요. 그래서 Kindredly에선 언어가 아니라 쓰는 방식을 보고 편지를 이어 줘요. 엔진은 다루는 10개 언어 모두에서 글결을 읽어요. 그렇게 이어진 사람들은 서로 말이 한마디도 안 통해도 쓰는 결이 닮은 경우가 많고요.

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는 법

문장은 짧게. 생각을 단순하게 하라는 게 아니라, 문장을 짧게 끊으라는 거예요. 열두 단어짜리 문장은 사람이 옮기든 기계가 옮기든 어떤 번역을 거쳐도 살아남아요. 절이 세 개 붙은 마흔 단어짜리 문장은 곤죽이 돼서 도착하고요.

눈앞에 있는 걸 써요. 전기포트, 창문, 빵. 구체적인 명사는 그대로 번역돼요. 추상적인 말(“요즘 마음이 붕 떠 있어”)은 상대한테 닿을 즈음엔 엉뚱한 단어가 돼 있어요. 마음이 붕 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, 그 말 대신 새벽 2시에 뭘 했는지를 써 봐요. 붕 뜬 마음은 상대도 알아차려요.

관용구는 빼고, 농담은 남겨요. “시험에서 미역국 먹었어”는 정말로 미역국을 먹은 얘기로 도착해요. 하지만 뭔가를 소재로 한 농담, 그러니까 윗집 얘기나 맛집 웨이팅 줄, 그 의자 얘기는 멀쩡하게 도착해요. 웃음 포인트가 단어가 아니라 상황에 있거든요.

번역이 보이게 둬요. 제일 좋은 방은 둘 다 보여 줘요. 쓴 그대로의 편지와 번역된 편지. 읽는 사람은 그 사이를 오가며 넘겨 볼 수 있고요. 번역 밑에 내 한국어 원문이 보이면, 일본인 펜팔은 편지가 올 때마다 뭔가 하나씩 배워요. 나도 마찬가지고요. Kindredly에선 내가 못 읽는 언어로 된 편지가 책상에 오면 번역 버튼이 같이 붙어 와요. 원문은 언제든 탭 한 번이면 볼 수 있고, 번역이 원문을 대신하는 일은 없어요.

단어를 물어봐요. 그쪽 말로는 일요일 저녁의 그 기분을 뭐라고 해요? 펜팔끼리 할 수 있는 손꼽히게 좋은 질문이에요. 언어가 서로 달라야만 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고요. (질문은 여기 더 있어요.)

딱 하나, 피해야 할 실수

그 언어로 온 답장을 못 읽는다면, 상대 언어로 쓰지 마세요. 배려 같지만, 편지 대화가 이상하게 꼬여 버려요. 나는 일본어로 낑낑대며 쓰고, 상대는 똑같이 일본어로 답장하고, 나는 그 답장을 못 읽죠. 그냥 한국어로 쓰고, 옮기는 건 번역에 맡기고, 첫 편지에서 번역을 거쳐 보낸다고 말해 두세요. 누구든 내가 자기 말로 조심조심 쓴 문장보다, 번역을 거친 진짜 내 문장을 더 읽고 싶어 하거든요.

일본인 펜팔이라면, 작은 팁 하나

Japanese penpal(일본인 펜팔)은 펜팔 검색어 중에서도 손꼽히게 많이 찾는 말이라, 따로 짚어 둘 만해요. 일본 편지에는 나름의 격식이 있어요. 계절 인사를 건네고,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존댓말 수위도 달라지죠. 이런 걸 다 건너뛴 낯선 사람의 첫 편지는 다짜고짜 들이미는 느낌으로 읽힐 수 있어요. 번역기는 문법은 챙겨도 예의까지는 못 챙겨요. 도움이 되는 건 두 가지예요. 첫째, 내가 있는 곳의 날씨로 시작하기. 일본 편지에서 날씨 얘기는 스몰토크가 아니라, 문을 여는 인사예요. 둘째, 첫 편지는 짧게, 한 가지 얘기만 하기. 마침 이건 어느 언어로 쓰든 모든 첫 편지에 통하는 조언이기도 해요. (첫 편지는 이렇게 쓰면 돼요.)

부담 없이, 구경부터

오늘 책상엔 편지 열다섯 통이 놓여 있어요. 하나를 골라 번역으로 읽어 봐요. 그다음 '원문 보기'로 넘겨 보고요. 리듬이 내 것처럼 느껴진다면, 언어는 처음부터 상관없었던 거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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